
성수동 연무장길 임대료가 평당 월 5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명동 수준입니다. 5~6년 전만 해도 이 동네는 대림창고를 중심으로 몇몇 브랜드만 자리한 조용한 공장지대였는데, 지금은 강남 압구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상권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저도 최근에 직접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바꾼 성수동 부동산 지형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저도 저희 회사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서 운영해봤는데, 방문객의 70~80%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케이팝과 케이뷰티로 대변되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성수동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가 됐습니다.
여기서 '상업용 부동산'이란 주거용이 아닌 사무실, 상가, 빌딩 등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부동산을 의미합니다. 최근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이 시장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부동산 중개 회사들이 매주 3~4건의 빌딩 매매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성수동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무신사와 크래프톤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대규모 본사를 이전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둘째, 이 지역이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용적률이 높고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습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의 비율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땅값으로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강남과의 접근성입니다. 성수동은 한강을 건너면 바로 강남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강남 지역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기업들이 대안으로 성수동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의 아이아이컴바인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이곳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하는데(출처: 통계청), 이들 중 상당수가 소비 가능 인구 감소로 매출 하락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은 예외입니다. 저는 앞으로 상권의 생존 여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피부과 데스크에 통역사가 상주하고, 메뉴판이 5개 국어로 제공되는 곳이 이제 성수동의 일상입니다.
임대료 상승과 투자 시 주의할 점
성수동 빌딩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임대료입니다. 실제로 어떤 건물은 매입 당시 수익률(NOI, Net Operating Income)이 3%대였는데, 1~2년 만에 5%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NOI란 건물 운영으로 발생하는 순수익을 뜻하는데, 건물 매매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임대료가 오르면 NOI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건물 가격도 상승합니다.
연무장길 이면 골목까지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성수동 전체가 명동급 프리미엄 상권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저도 투자자 입장에서 이 흐름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지금의 성수동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뜨는 동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IT진흥지구 확대와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이 맞물리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빌딩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 중입니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권은 여전히 공실률이 높고 거래도 뜸합니다. 황금성(liquidity), 즉 환금성이 빌딩 투자의 생명입니다. 여기서 황금성이란 필요할 때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제가 권하는 투자 지역은 명확합니다.
- 강남구: 신사동, 청담동, 논현동, 삼성동, 역삼동, 대치동
- 성동구: 성수동 전역(특히 연무장길 인근)
- 용산구: 한남동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부자들이 거주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누구나 알아주는 '브랜드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용의 꼬리가 뱀의 머리보다 낫습니다. 성수동 이면 골목이라도 성수동이라는 이름값이 있으면, 경기도 외곽의 대로변 건물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저도 성수동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소상공인이 밀려나고 대기업과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로수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성수동은 가로수길과 다릅니다.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여 있어 무분별한 개발이 어렵고, IT진흥지구 확대로 대기업 수요가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단기 투기 세력보다는 장기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15억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를 피해 빌딩 시장으로 넘어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 강의에 참석하는 분들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 투자자라고 합니다. 이들이 빌딩 시장에 익숙해지면, 거래량은 더욱 증가할 겁니다. 다만 저는 지금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거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면 성수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성수동의 중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강을 바라보는 재개발 호재와 IT 기업 집적, 그리고 외국인 관광 수요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투자한다면 반드시 핵심 상권, 즉 연무장길이나 서울숲길 인근처럼 '누구나 알아주는 위치'를 선택해야 합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황금성이 보장되는 곳에 투자하는 게, 결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